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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3일 금요일 습하고 텁텁한 날씨

by Lydia 2021. 4. 23. 20:50

몇일 동안 잠을 좀 적게 자서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일찍 잠자리에 든 날은 중간에 눈이 떠집니다.

다시 잠들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결과적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총수면 양은 오히려 적어질 수 있어서 다음날 오히려 피곤하죠.

 

게다가 여러 감기 증상 중 하나인 '허기짐'으로 인하여 알람 시간 전에 눈이 떠졌어요. 

알람 시간 전에 일어나면 왠지 손해본 것 같은 느낌이죠. 

눈이 떠진 김에 일어나 전날부터 생각난 흑설탕 토스트를 만들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상당히 습하더군요.

기온은 겉옷을 벗기에는 허전하고 입기는 더운 그런 날씨.

몇 일 전이 곡우(雨)였는데 위쳇 모멘트에 꽤 많은 사람들이 곡우에 대해서 올린 것을 보면

여기 사람들은 음력 절기를 꽤나 의식하고 사는 것 같아요. 

여기는 청명절도 빨간 날이에요. 공식적으로는 당일 하루 공휴일이고 일반 회사들은 3일 쉬는 듯 하더군요. 

3일 휴가 앞뒤로 휴가를 더 붙여서 여행들도 많이 다니고요.

덕분에 여기 호텔도 여행객들이 좀 있었고 우리도 매출이 나쁘지 않았어요.

 

올해는 4월 20일이 곡우

곡우는 마지막 봄 절기라고 하네요. 

곡우의 ‘곡’은 곡식을 뜻하며 ‘우’는 비를 말하는데요,

이 두 글자를 합쳐서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하는 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여기 사람들은 곡우가 지나면 봄이 가고 여름이 온다고 여기는 듯 해요.

곡우 다음 절기가 입하立夏 라니 여름이 시작되는 게 맞겠어요.

 

모르긴 몰라도 음력 절기는 이 곳을 기준으로 정한 것 같아요. 

2018년 겨울을 여기서 보내면서 춘절 전 한달동안 맵게 추웠던 날씨가 

춘절을 지나면서 바로 봄날씨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춘절春节이 왜 그렇게 명명되었는지 알 것 같았어요.

 

여튼 지난 주부터 살살 한가해지기 시작하더니 이번주 내내 매우 한산하네요. 

맞은 편 빵집도 배달까지 줄었고 저녁에 빵이 꽤 남아요.

아마도 노동절 휴가를 앞두고 소비를 줄이는 모양들이에요. 

 

빵집도 한가한 오늘

 

에이고, 다음주는 매출이 또 어떨지. 

여기는 주말, 공휴일에 오히려 인파가 적은데 

제발 이번 노동절 휴가에 호텔 투숙객이 많기만 바랄 뿐입니다.

오늘은 다들 커피가 마시고 싶은 날인지 

옆집 에스프레소 바에서 커피콩 가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리네요.

에스프레소 바는 올 1월에 생겼는데 위치가 너무 후미져서 오랫동안 비워져 있었죠.

어느날 포장이 쳐지고 뚝딱 뚝닥 공사하는 소리가 나더니 몇일 안되어 개업하더라고요.

원래 그 자리에 피자집에 있었는데 망하고 나간 뒤로 계속 비워져 있어서 임대 안하는 자리인줄 알았더니.

직원이 말해주기를 계속 비워져 있어서 호텔에서 어떻게든 임대를 놓으려고

호텔 관계자에게 개업을 하게 했다는데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고

어쨋든 호텔 38층 레스토랑 관계자랑 몇몇이 같이 하는 것 같아요.

커피 가격은 20원대로 여기 오피스 건물에서 근무하는 회사원들한테 적당한 가격이죠. 

처음에는 손님이 거의 없더니 이제 많이 안정된 것 같아요. 

영업시간은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5시 반까지에요. 

중국은 스타벅스 빼고는 카페는 저녁에 거의 사람이 없어요.

이 에스프레소 바도 처음에는 8시 넘어서 문을 닫다가 

저녁 장사는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5시 반으로 조정하더라고요. 

 

장사는 장사고,,

블로그 만드느라고 이것저것 만지고 있는데 누군가 반갑게 인사를 해요.

마스크 위로 반갑게 웃는 눈. 동갑인 최가 손수만든 삼각김밥을 들고 왔어요.

2주 못봤다고 얼굴 보려고 일부러 온거죠. 어찌나 고마운지.

세상 불편한게 동갑이던데, 그래도 많이 편해졌어요. 

최가 워낙 선한 사람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딸이 이번 학기 마치면 한국으로 가는데

그럼 청두에 있는 집을 정리하고 몐양으로 이사 간대요.

몇 주 동안 주말마다 몐양에 가서 집보러 다니느라고 바빴다더군요.

그래도 마침 라지에터가 있는 집을 찾아서 이번 주에 계약을 한다고 해요.

중국은 상해 남쪽으로는 난방이 안되어 있어요. 

요즘 청두에도 바닥에 보일러 깐 집들이 꽤 생겨나고 있긴 한데

없는 집은 겨울에 정말 힘들죠. 

에어컨은 일정 온도가 되면 다시 찬바람이 나오기 시작해서 별 도움이 안되고

그래서 전기장판 없으면 얼죽. 

 

청두의 겨울은 습하고, 흐리고, 난방 없는 집은 바깥보다 집 안이 더 추워요.

그나마 전에 살던 집은 방바닥은 나무재질의 바닥이어서 냉기가 좀 덜했는데

이사 온 집은 바닥이 타일 바닥이어서 겨울에 냉기가 장난이 아니랍니다.

방은 바닥에 전기 필름도 깔고 러그도 깔고 해서 온기가 좀 있는데

거실 겸 주방은 에어컨도 없는데다가 물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깔아서

겨울에는 바깥보다 집이 더 추운 지경이었지요.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북방 사람들은靠炕 남방 사람들은 靠抖로 겨울을 난다고요.

첨에 중국 친구가 "겨울에 靠抖 할 수 밖에 없지 뭐." 라고 해서 뭔 뜻인가 했는데

떨면서 보낼 수 밖에 없다 뭐 그런 뜻인것 같더라고요.

 

이번 618(징동Jingdong.com의 블랙프라이데이)에 전기 히터를 마련해서

올 겨울은 덜 떨고 나보렵니다.